Untitled #1 2009/11/10 21:20
outer space---------------------------------------------------------------------------------------------------
1.
동생, 오랜만에 편찌를 쓰는 것 같아. 편지라는 녀석을 쓰기 전에는 어떤 결단과 망설임의 과정이 있는 것이 보통이었어.
무언가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자칫 잘못하면 나 혼자만의 넋두리가 되어서 읽는 사람에게는 어떤 과제를 던져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이번에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어. 기록을 위해서 편지라는 수단을 이용한다는 느낌이 안 되게 하려고 노력해.
동생도 알다시피 금강병원에서 보낸 1년은 뭐라고 할까, 도피도 휴식도 아니였어. 어떤 두 지점이 있는데, 그 사이에 홀로 떨어져 있는 길이라고 할까? 그 자체의 간극이 내가 지금까지 지냈던 시간과 많은 유리를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야. 그냥 멍하니 일상만을 유지할 뿐이었어. 음악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몸이 안 따라 주었어. 하루는 간호사들 몰래 병원을 빠져나왔어. 동아 기획의 최실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공연장에 가기로 했어. 말이야 최실장과의 약속이지 나에 대한 기대를 지니고 있는 관객을 저버릴 수는 없을 것 같아. 가끔 햇갈릴 때가 있어. 음악을 한다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책임감에서 하는 것일까. 어느 한 길로 명확히 길을 지어서 말을 할 수 없어. 이번 여행도 그에 대한 답을 찾으러 떠나는 그런 여행이 아니니 오해는 하지마.
어쨌든 간호사들한테 안 걸릴려고 몰래 옆 방에 있는 최씨한테 청바지랑 티셔츠를 빌려서 나왔어. 문든 그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보았는데 광대 같더라고. 나도 참, 이 나이에 이러고 다니다니. 재미있지? 공연은 열심히 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어. 스스로도 평소에 타고난 보컬리스트라고 생각을 안 했지만 이제는 한 음조를 이어나가는 자체가 버거워. 그날 공연을 끝내고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으로 돌아갔어.
동생 그거 알아? 구급차에 실려 올 때, 가만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데 윙윙되는 기적 소리를 듣는 느낌. 전에는 죽을 힘을 다해서 노래를 부른 다음에 무대 위에서 쓰러져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거 그렇지가 않아. 이제는 모든 것이 평온해지고 안정감 있는 상태를 유지했을 때, 가고 싶어. 온 몸에 어떤 압력도 없고 축 늘어진 채, 쉰다는 그런 느낌. 알지?
2.
신탄리행 기차.
난 기차를 좋아하는 편이야. 버스처럼 흔들림이 없이 풍경을 안정된 시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아. 그런데 풍경,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야. 먼 곳에서 보는 풍경은 아름다움 속에서도 생략하는 것이 있어. 마치 뉴욕의 록펠러 센터에서 야경을 바라보았을 때, 그 화려함에는 탄성이 나오지만 골목에 있는 사람들의 삶은 그 풍경 속에서 생략 되는 것 같아. 치열함과 정말 우리가 본질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 기만에 가깝게 감추어지는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원근법으로 그려진 풍경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근데, 풍경을 실제의 눈으로 맞닿았을 때, 상상력이라는 것이 발휘되는 것 같아. 풍경 뒤에 있는 삶과 작은 풍경이 머릿속으로 그려져. 곧 그것이 음표가 되고 가사가 돼. 하지만 버스의 울렁거림은 그런 감상과 상상을 허락해주지 않아. 기차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좌석이 갖추어진 공연장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 같다면 버스에서 그것은 강렬한 메탈음악의 비트에 몸을 무의식적으로 맡기는 것 같아. 메탈음악을 폄하하는 뜻은 아니고 나는 단순히 감상의 여유가 있는 분위기가 좋아. 신탄리에서 내리면 철원까지 버스를 타고 갈텐데 그 여정은 걱정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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